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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하프마라톤 도전기 - 정서진에서 함께 뛴 러너들의 이야기

sub2run 2024. 11. 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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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을 시작한 지 딱 두 달이 되는 날, 나는 첫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2개월 전만 해도 1km를 뛰는 것조차 벅차고 무릎이 아팠다. 처음 5km를 완주했을 때는 마치 대단한 업적을 이룬 듯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조금씩 러닝의 매력에 빠지면서 러닝 동호회의 형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내년에 김포마라톤 한 번 나가보자”는 형들의 제안에 내년엔 10km는 물론이고 하프마라톤도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목표를 세운 나는 매주 3~4번은 꾸준히 달리며 페이스를 높이고,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으로 거리를 늘려갔다.

 

첫 10km와 16km, 그리고 자신감

처음으로 10km를 완주했을 때,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진짜 마라토너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에는 최장거리인 16km를 달성했다. 이제는 러닝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던 중 “정서진 하프마라톤”이라는 대회 소식을 알게 되었다. 11월 17일에 열린다는 공지를 보고, ’16km도 뛰었는데 하프마라톤 그까짓 거 못 뛸 게 뭐 있어?’라는 생각에 바로 신청했다. 대회를 앞두고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러닝 주기를 매일로 늘리고 페이스를 높이는 연습을 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추천하는 훈련법도 따라 하며 준비를 철저히 했다.

 

뜻밖의 고난과 몸 상태의 한계

그러나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식단을 조절했더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거기에 혈압약을 일주일째 중단한 데다, 금연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겹쳤다.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는 감기몸살이 찾아왔다.

 

결국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러닝을 쉬어야 했고, 대회 전날에는 완주에 대한 자신감이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일찍 자려고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고, 새벽 2시까지 뒤척였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벌써 알람이 울렸다.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대회장인 정서진으로 향했다.

 

대회 시작, 그리고 러닝의 기적

날씨는 쌀쌀했고 반팔 차림에 몸이 조금 떨렸지만, 대회라는 특유의 분위기 덕분인지 몸은 한결 가벼웠다. 출발선에서 신호가 울리자마자 나는 앞사람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첫 1km를 지났을 때, 페이스가 5분 후반대라는 것을 확인했다. 평소에는 느껴보지 못한 속도였지만, 이상하게도 힘들지 않았다.

5km를 지나면서 주위에 나와 비슷한 페이스로 달리는 3~4명의 러너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뛰게 되었다. 반환점을 돌 때까지는 전혀 지치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2시간 안에 완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17km를 넘어서면서 다리가 점점 무거워졌다. 18km 지점에서는 다리가 잠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는 이미 걷기 시작한 러너들도 보였다. ‘나도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걷기 시작하면 다시 뛰기 힘들 것 같아 끝까지 참았다.

마지막 1.5km를 남기고는 다시 다리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결승선 200m를 남겨두고 있는 힘껏 달렸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기록은 02:07:17.63. 처음 목표였던 2시간 15분보다 훨씬 좋은 기록이었다.

 

완주 후의 감정과 러너들의 이야기

완주 후의 감정은 묘했다. 한편으로는 “이제 그만 달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쳤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해냈구나”라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러닝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이 스포츠의 매력이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꾸준한 훈련과 노력 없이는 한계를 넘을 수 없다. 대회장에서 만난 러너들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기록 경신을 위해,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달리고 있었다.

 

이날 나는 단순히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게 아니라, 내 한계를 조금씩 넘어가는 방법과 함께 뛰는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느꼈다. 이 기분을 오래 간직하면서 앞으로도 조금씩 더 나아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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